아마추어에서 거대 산업으로, 미국 대학 스포츠가 잃고 얻은 것
진행자) 미국의 혁신과 문화, 경제와 스포츠까지 미국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 전해드리는 '구석구석 USA'입니다. 오늘은 스포츠와 경제 이야기인데요. 조상진 기자와 함께합니다. 어떤 이야기를 준비하셨습니까? 기자) 오늘은 미국 대학 스포츠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두 분은 대학 스포츠 하면 어떤 이미지가 가장 먼저 떠오르시나요? (아무래도 학생들이 뛰는 거니까 프로스포츠보다는 좀 더 순수하고 아마추어적인 이미지가 있죠.) 그렇죠. 아마 많은 분이 비슷하게 생각하실 것 같은데요. 그런데 요즘 미국 대학 스포츠를 보면 과연 여전히 '아마추어 스포츠'라고 부를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많이 달라졌습니다. 특히 대학 미식축구와 농구를 중심으로 엄청난 돈이 오가고 있고요. 이제는 선수들도 자신의 이름과 이미지로 돈을 벌 뿐 아니라 대학으로부터 직접 경제적 혜택까지 받을 수 있는 시대가 됐습니다. 오늘은 이렇게 아마추어리즘의 상징이었던 미국 대학 스포츠가 어떻게 거대한 산업으로 변했는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무엇을 얻고 또 무엇을 잃고 있는지 한번 살펴보겠습니다. 진행자) 사실 대학 미식축구 같은 걸 보면 예전부터 웬만한 프로스포츠 못지않게 큰돈이 오갔잖아요? 기자) 그렇습니다. 대학 미식축구와 남자 농구를 중심으로 방송 중계권과 티켓, 기업 후원, 기부금 등에서 막대한 수익이 발생해 왔습니다. 그런데 여기에는 오랫동안 모순이 있었습니다. 정작 경기의 주인공인 선수들은 프로선수처럼 그 수익을 직접 나눠 받을 수 없었던 겁니다. 장학금과 교육, 숙식 등은 제공됐지만, NCAA는 오랫동안 대학 스포츠의 아마추어리즘을 강조하면서 선수에 대한 직접적인 금전 보상을 제한했습니다. 진행자) 그러니까 학교와 방송사 등은 큰돈을 벌면서 선수들에게는 "너희는 아마추어니까 돈을 받으면 안 된다"고 했던 거네요? 기자) 그런 비판이 오랫동안 제기됐습니다. 특히 인기 선수의 이름과 얼굴이 유니폼이나 방송, 게임 등 다양한 곳에서 상업적으로 활용되는데도 선수가 그 가치를 제대로 보상받지 못한다는 지적이 컸습니다. 결국 법적 소송과 사회적 압력이 이어졌고, 2021년부터 대학 선수들이 자신의 이름과 이미지, 초상권을 뜻하는, 이른바 'NIL', Name, Image and Likeness를 활용해 외부 기업 등으로부터 돈을 벌 수 있는 길이 열렸습니다. 진행자) 예를 들어 대학 미식축구 선수가 광고에 출연하거나 자신의 이름으로 상품을 판매하고 돈을 받을 수 있게 된 거군요? 기자) 맞습니다. 지역 자동차 판매점 광고에 출연할 수도 있고요. 소셜미디어에서 특정 제품을 홍보하거나 자신의 이름이 들어간 상품을 판매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이전에는 이런 활동이 선수 자격에 문제가 될 수 있었지만, 이제는 합법적으로 자신의 유명세를 이용해 수익을 올릴 수 있게 된 겁니다. 그리고 지난해에는 여기서 한 단계 더 큰 변화가 일어났습니다. 'House v. NCAA'라고 불리는 소송의 합의가 연방법원의 최종 승인을 받으면서, 대학이 선수들에게 직접 금전적인 혜택을 제공할 수 있는 시대가 시작된 겁니다. 첫해에는 참여하는 Division I 학교가 선수 전체에게 연간 약 2천만 달러까지 직접적인 금전 혜택을 제공할 수 있게 됐습니다. Division I은 미국 대학 스포츠에서 규모가 가장 크고 수준이 높은 팀들이 속해 있습니다. 진행자) 그 정도 금액이라면 정말 프로스포츠와 크게 다르지 않겠는데요? 기자) 그렇죠. 그래서 미국 대학 스포츠가 완전히 새로운 시대로 들어섰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물론 선수 입장에서 보면 오랫동안 기다려 온 변화입니다. 대학과 방송사, 코치 등이 대학 스포츠를 통해 큰 경제적 이익을 얻으면서 정작 경기하는 선수들은 그 수익에서 배제돼 있다는 비판이 있었으니까요. NCAA도 지금은 선수들에게 더 많은 경제적 혜택을 제공하는 것을 긍정적인 변화로 평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여기서부터입니다. 선수들에게 돈을 지급하려면 학교 입장에서는 그만큼 더 많은 돈을 마련해야 하잖아요. 그리고 좋은 선수를 확보하기 위한 학교 간 경쟁까지 치열해지면서 대학 스포츠가 점점 프로스포츠의 선수 영입 경쟁과 비슷해지고 있다는 겁니다. 진행자) 결국 돈이 많은 대학이 좋은 선수를 데려가는 구조가 될 수도 있겠군요. 기자) 바로 그 부분이 논쟁거리입니다. NIL 시장이 커지면서 유망한 선수가 어느 대학으로 갈지 결정할 때 학교의 전통이나 교육뿐 아니라 어느 곳에서 더 좋은 경제적 기회를 얻을 수 있는지도 중요한 요소가 됐습니다. 여기에 대학 간 선수 이동도 과거보다 자유로워졌습니다. 그러다 보니 팬들 사이에서는 대학 스포츠 특유의 모습이 사라지고 있다는 아쉬움도 나옵니다. 예전에는 한 선수가 한 대학에서 몇 년 동안 뛰면서 학교와 지역을 대표하는 스타로 성장하는 모습이 대학 스포츠의 중요한 매력이었다면, 이제는 프로선수가 몸값에 따라 다른 팀으로 옮기듯이 더 좋은 기회가 생기면 다른 대학으로 이동하는 일이 훨씬 자연스러워졌습니다. 진행자) 정말로 프로스포츠의 자유계약 시장처럼 느껴질 수도 있겠네요. 기자) 그렇게 보는 시각도 있습니다. 물론 대학 선수에게도 자신의 경력과 미래를 선택할 자유가 있다는 점은 중요합니다. 과거처럼 학교가 선수의 이동과 경제활동을 지나치게 제한하는 것도 문제가 있었고요. 그래서 지금의 변화를 단순히 '대학 스포츠가 돈 때문에 망가졌다'고만 보기는 어렵습니다. 오히려 중요한 질문은 선수들의 권리를 보장하면서도 대학 스포츠가 가진 교육적 성격과 경쟁의 균형을 어떻게 유지하느냐는 겁니다. 진행자) 그런데 대학 스포츠라고 해서 모든 종목이 미식축구나 농구처럼 돈을 많이 버는 건 아니잖아요? 기자) 그렇습니다. 사실 이게 이번 변화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 가운데 하나입니다. 대학 스포츠에는 미식축구와 농구뿐 아니라 수영, 체조, 육상, 레슬링, 테니스 같은 수많은 종목이 있습니다. 이 가운데 상당수는 자체적으로 큰 수익을 내지 못합니다. 그동안 많은 대학에서는 미식축구나 남자 농구처럼 수익성이 높은 종목에서 들어오는 돈이 다른 종목을 운영하는 데도 도움을 줬는데요. 이제 선수들에게 직접 나눠줘야 하는 돈이 늘어나면서 비수익 종목이 상대적으로 더 큰 재정 압박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특히 여성 스포츠와 올림픽 종목을 어떻게 안정적으로 유지할 것인지가 중요한 문제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진행자) 미국 올림픽 대표 선수 가운데 대학 스포츠를 거쳐 가는 선수들도 상당히 많잖아요? 기자) 그렇습니다. 그래서 이건 대학만의 문제도 아닙니다. 미국에서는 대학이 수영이나 육상, 체조, 레슬링 같은 여러 올림픽 종목의 중요한 선수 육성 기반 역할을 해왔습니다. 최근에는 대학 스포츠의 상업화가 더 진행되면서 이런 종목들이 재정 경쟁에서 밀려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여성 스포츠와 올림픽 종목을 보호하기 위한 별도의 기부와 재정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대학 스포츠 전체가 그렇게 돈을 많이 버는 산업이라면 학교들이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것 아닌가요? 기자) 겉으로 보면 그렇게 생각하기 쉽습니다. 유명 대학의 미식축구 경기를 보면 경기장은 가득 차 있고 거액의 방송 계약 이야기도 계속 나오니까요. 그런데 미국 정부의 최근 분석을 보면 상황은 조금 다릅니다. 미 회계감사원(GAO)이 지난달 공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23~2024학년도 기준 Division I 대학 체육 프로그램의 94%가 자체적으로 벌어들인 수입보다 더 많은 돈을 썼습니다. 다시 말해 일부 유명 대학과 종목에서는 엄청난 돈을 벌지만, 대학 스포츠 전체를 놓고 보면 대부분의 학교 체육 프로그램은 자체 수익만으로 운영되지 않는다는 겁니다. 진행자) 그럼 부족한 돈은 어디에서 나옵니까? 기자) 대학이 메웁니다. GAO에 따르면 대학들이 Division I 체육 프로그램에 지원한 돈이 당시 한 해 72억 달러에 달했는데요. 여기에는 학생들이 내는 등록금과 각종 수수료, 대학의 다른 재원 등이 포함됩니다. 그러니까 스포츠에 별 관심이 없는 일반 학생이 낸 돈의 일부가 학교 체육 프로그램을 지원하는 데 사용될 수도 있다는 겁니다. 여기에 이제 선수들에게 직접 지급해야 하는 비용까지 추가됐기 때문에 대학들이 새로운 수입원을 찾거나 지출 구조를 바꿔야 한다는 압박도 커지고 있습니다. 진행자) 그렇다면 대학 스포츠의 '아마추어리즘'이라는 말 자체가 이제는 의미가 없어진 걸까요? 기자) 예전과 같은 의미로 사용하기는 상당히 어려워졌다고 볼 수 있습니다. 선수들이 자신의 이름과 이미지로 돈을 벌고, 대학에서도 직접 경제적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됐으니까요. 하지만 그렇다고 대학 스포츠가 곧바로 프로스포츠가 된 것도 아닙니다. 선수들은 여전히 대학에 재학하면서 학업과 운동을 병행하는 학생이고, NCAA 역시 새로운 제도를 도입하면서 대학 스포츠의 교육적 환경을 유지하는 것을 중요한 목표로 내세우고 있습니다. 결국 지금 미국 대학 스포츠가 겪고 있는 변화는 '돈을 받을 것이냐, 받지 않을 것이냐'의 문제를 넘어선 것 같습니다. 선수들이 자신들이 만들어내는 경제적 가치에 대해 정당한 몫을 받을 권리를 인정하면서도, 대학 스포츠가 프로스포츠와 다른 이유를 어떻게 지켜 나갈 것인가 하는 문제인 겁니다. 진행자) 선수들의 권리는 지키면서 대학 스포츠만의 정체성도 지켜야 한다는 이야기가 될 텐데요. 아마추어리즘의 상징에서 거대한 스포츠 산업으로 변하고 있는 미국 대학 스포츠 이야기, 조상진 기자였습니다. VOA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