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 위험 연구기관 “북한 핵시설 확대, 노후 시설·폐기물 위험 키워”
북한의 핵시설과 관련 활동 확대가 노후 기반시설과 방사성 폐기물 관리 체계에 부담을 더해 장기적인 오염 위험을 키우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갑작스러운 대형 사고보다 사용후핵연료와 폐기물 시설에서 오염물질이 서서히 누출될 가능성이 더 현실적인 위험으로 지적됐습니다. 조상진 기자가 보도합니다. 오스트리아 빈에 본부를 둔 핵 위험 연구기관 ‘오픈 뉴클리어 네트워크(ONN)’는 지난달 31일 공개한 보고서에서 북한이 핵 프로그램을 확장할수록 방사성 폐기물이 늘어나 노후 시설의 관리 부담과 점진적인 오염 위험이 함께 커진다고 경고했습니다. 위성사진과 국제원자력기구(IAEA) 기록, 과거 사찰 자료와 전문가 인터뷰 등을 토대로 작성된 이번 보고서는 북한의 핵시설과 관련해 대형 폭발이나 원자로 사고도 기술적으론 가능하다며, 하지만 현재 공개된 자료만으로 이런 사고가 임박했거나 가장 가능성이 큰 위험이라고 판단할 근거는 부족하다고 밝혔습니다. 그 보다는 노후 저장시설과 배관, 사용후핵연료와 방사성 폐기물을 장기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할 때 발생할 수 있는 누출과 오염 위험성이 크다며, 이에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특히 보고서는 평산 우라늄 정련공장에서 우라늄 원광을 처리하고 남은 대량의 찌꺼기와 공정 폐수가 계속 발생하고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과거 위성사진 분석에서 우라늄 찌꺼기 이송시설 주변의 유출 흔적과 공장 밖으로 이어지는 배수 경로가 관측된 걸로 미루어 볼 때 오염물질이 인근 토양과 지표수로 흘러갈 수 있는 통로가 존재한다는 설명입니다. 또한 영변 핵시설에서는 원자로에서 사용을 마친 핵연료와 재처리 과정에서 발생한 방사성 폐기물의 장기 관리가 핵심 위험 요인으로 지적됐습니다. 보고서는 영변 5메가와트 원자로의 마그녹스 사용후핵연료가 물속에서 장기간 보관될 경우 부식되기 쉬우며, 수질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오염수와 침전물이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아울러 우라늄 변환 과정에서 사용되는 육불화우라늄이 외부로 새어 나올 경우에는 공기 중 수분과 반응해 독성이 강한 불화수소와 우라늄 화합물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이 경우 가장 직접적인 위험은 시설 노동자와 인근 주민들에게 집중되지만, 주변에 쌓인 우라늄 물질은 장기적인 환경 오염과 보건 위험으로 확대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보고서는 현재 영변에 보관된 방사성 폐기물의 양과 성분, 저장 용기의 상태를 외부에서는 확인할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이에 따라 노후 탱크나 배관이 손상돼 오염물질이 서서히 누출되더라도 장기간 발견되지 않을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보고서는 올해 6월 촬영된 위성사진을 통해 영변의 주요 폐기물 부지 3곳을 분석했으며, 이 가운데 ‘500호 건물’과 옛 폐기물 부지에서 최근 다시 물리적인 활동이 관측됐다고 밝혔습니다. 보고서 작성에 참여한 전문가들은 북한이 핵시설과 관련 활동을 확대할수록 처리해야 할 방사성 폐기물이 늘어나 노후 시설에 가해지는 부담과 고준위 폐기물 관리 문제가 더욱 커질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보고서는 이것이 당장 한국에 미칠 영향은 현재 자료를 기준으로 제한적이라고 평가했습니다. 평산의 오염물질이 하천으로 유입되거나 영변에서 심각한 대기 방출 사고가 발생하면 일부 물질이 남쪽으로 이동할 수 있지만, 이동 과정에서 희석되거나 침전돼 한국에서 유의미한 농도를 유지할 가능성은 낮다는 설명입니다. 다만 보고서는 한국에서 측정된 방사선과 우라늄 수치가 정상이라고 해도 평산과 영변 주변의 토양과 하천, 지하수에서 오염이 진행되고 있을 가능성까지 배제할 수는 없다며 지속적인 감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또 한국 해양수산부가 지난해 6월 평산 우라늄 공장의 폐수 방류 우려에 대응해 주요 7개 지점에서 실시한 조사에서도 우라늄 농도에 이상이 발견되지 않았지만, 이런 결과만으로 평산 인근의 토양이나 퇴적물, 지하수 오염 가능성까지 배제할 수는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ONN은 한국 정부와 국제기구가 영변의 냉각수와 폐기물 시설, 평산의 폐기물 저장·이송시설을 위성사진으로 지속적으로 감시하고 수질과 방사선 측정 자료를 체계적으로 축적해야 한다고 권고했습니다. 또 북한과의 협력이 가능해질 경우를 대비해 비상 연락망과 사고 통보·지원 절차를 마련하고, 홍수와 냉각수, 전력 공급 문제를 논의하는 한편 가상 사고에 기반한 도상훈련도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VOA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