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동서남북] 북한의 '탄원'은 왜 인권 침해인가
진행자) 북한 주요 뉴스의 배경과 의미를 살펴보는 ‘쉬운 뉴스 흥미로운 소식: 뉴스 동서남북’입니다. 최원기 기자와 함께합니다. 최 기자, 오늘은 어떤 소식이 있습니까? 기자) 오늘은 북한의 ‘탄원’ 제도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진행자) 일반적으로 ‘탄원’은 뭔가를 호소한다는 뜻인데, 북한에서 말하는 ‘탄원’이란 무엇입니까? 기자) 북한에서 말하는 ‘탄원’이란 “당과 수령을 위해 가장 어렵고 힘든 부문(험지)에 나가기를 청원한다”는 뜻입니다. 북한 TV를 보면 청년들이 자신들을 탄광이나 농촌에 보내달라고 요청하고, 목에 꽃다발을 걸고 노동 현장으로 가는 장면이 나오는데, 이게 바로 탄원입니다. 진행자) 그럼 청년들이 탄원을 하는 기간이 있나요, 아니면 아무 때나 하나요? 기자) 9월 1일 자 노동신문을 보면 강원도 청년들이 ‘사회주의 건설의 어렵고 힘든 부문’으로 보내달라고 탄원했다는 기사가 나옵니다. 앞서 4월에는 평양 청년들이 건설여단에 보내달라고 탄원한 내용이 나옵니다. 1월에도 청년들이 탄원했다는 기사가 나옵니다. 또 노동신문은 2023년 1월 한 달간 9만여 명이 평양 건설 현장 진출을 결의했다고 보도한 적도 있습니다. 이를 볼 때 특정한 기간을 정해서 탄원하는 것은 아니고, 탄광이나 농촌에서 노동력이 부족하면 그때그때 탄원 제도를 활용하는 것 같습니다. 진행자) 탄원을 하면 어떤 곳에 배치되나요? 기자) 북한에서 탄원을 하면 주로 탄광이나 건설 현장 또는 농촌에 배치됩니다. 예를 들면 북창·순천·안주 지역 탄광에 배치될 수 있습니다. 또 평양의 화성지구 살림집 건설이나 지방공업공장 건설 현장에 노동자로 투입될 수 있습니다. 또 양강도·자강도 등 북부 산간지대의 국영농장, 또 세포등판 축산기지 등에 배치될 수 있습니다. 진행자) 문제의 핵심은 청년들이 진짜 자발적으로 탄광이나 농촌에 가느냐 여부인 것 같은데요? 기자) 맞습니다. 북한 언론은 “청년들이 당을 위해 앞다투어 탄원했다”고 하지만 그 내막을 들여다보면 ‘구조화된 강요와 압박’이 있습니다. 탈북민들에 따르면 청년들이 스스로 손을 드는 것이 아니라, 사회주의애국청년동맹(청년동맹) 조직을 통해 시·군·학교별로 "몇 명을 탄원시키라"는 지시가 내려온다고 합니다. 그러면 간부들이 실적을 채우기 위해 청년들을 압박해 탄원을 받아낸다고 합니다. 여기서 평안남도 평성에 살다가 2011년 한국에 입국한 탈북민 조충희 씨의 말을 들어보시죠. 조충희 / 탈북민 “강제죠. 지금은 더 강제예요. 생활이 힘든 사람들에게, 너 농촌에 가면 집도 주고, 먹을 것도 주고, 미래를 담보한다는 얘기를 하고, 그래도 안 간다고 하면 무사하지 못한다고 으름장도 놓고요. 이런 식으로 강제로 뽑아서 몇 명씩 보내는데…” 진행자) 탄원을 해서 탄광이나 농촌에 배치되는 청년들은 어떤 혜택이 있나요? 기자) 노동신문 등 관영 매체에 '애국 청년'으로 이름을 낼 수 있습니다. 또 탄광 등에 가는 청년은 3~5년 정도 고된 노동을 견디면 노동당에 입당할 수 있는 후보 자격을 주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러나 당국은 "몇 년만 고생하면 원하는 곳으로 보내주겠다"고 약속하지만, 실제로는 농촌과 탄광을 벗어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또 식량 배급이나 경제적 보상은 매우 부실해, 산업재해로 건강을 잃는 청년들도 있다고 합니다. 진행자) 북한은 계획경제에 따라 청년들에게 직장을 배치해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렇게 탄광, 공장, 농촌에 노동력이 부족한 것은 경제 시스템에 문제가 있다는 얘기 아닌가요? 기자) 맞습니다. 말씀하신 대로 북한의 탄원 제도는 북한 체제의 인력 수급과 계획경제가 완전히 고장 났음을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북한은 국가가 청년들의 직업과 거주지를 지정해 주는 제도가 있습니다. 그러나 1990년대 이후 배급제도가 무너지면서 사정이 달라졌습니다. 청년들은 어떻게 해서든지 탄광, 농촌 배치를 피하려 합니다. 따라서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인력을 채울 수 없자 탄원이라는 틀을 동원해 노동력을 강제로 밀어 넣는 것입니다. 진행자) 경제적 능력이나 배경도 영향을 미친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탈북민들에 따르면 간부 자녀나 돈주 자녀들은 뇌물을 통해 탄원 명단에서 제외되거나 편법으로 빠져나간다고 합니다. 반면 배경이 없고 힘없는 집안의 청년들만 탄원 대상이 된다고 합니다. 진행자) 그렇다면 탄원은 청년들을 강제적으로 탄광이나 농촌에 밀어넣는 것인데, 이것은 인권 침해 아닌가요? 기자) 인권 침해입니다.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와 한국 정부는 북한의 탄원 제도를 청년에 대한 강제노동(Forced Labor) 그리고 직업 선택과 거주·이전의 자유 침해 사례로 규정하고 이를 지속적으로 비판해 왔습니다. 미국 국무부는 매년 발표하는 ‘국가별 인권 보고서’에서 북한 정부가 '탄원'이라는 명목으로 청년들과 졸업생들을 탄광, 농장, 건설 현장에 배치하는 행위를 '정부 주도형 강제 노동(State-Sponsored Forced Labor)'으로 명시하고 이를 비판해 왔습니다. 진행자) 한국도 탄원 제도를 비판하고 있죠? 기자) 네, 한국 통일부가 발간하는 ‘북한인권보고서’도 탄원 제도를 비판했습니다. 보고서는 "탄원은 겉으로 자발적 형식을 취하고 있으나, 실제로는 청년동맹 조직을 통한 강제적 인원 할당에 의해 이루어진다"는 점을 명확히 밝히고 있습니다. 또 유엔도 보고서에서 북한의 탄원 제도를 "체제 유지를 위한 무상 노동력 수탈이자 국제 노동 기준에 어긋나는 강제 노동"으로 명시했습니다. 진행자) 지금까지 북한 탄원 제도의 현실과 문제점을 살펴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