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또 유조선 확보 정황… 제재 위반 가능성 주목
북한이 또다시 중고 유조선을 취득한 정황이 포착됐습니다. 일본과 한국 등 여러 나라 선적으로 운항하던 유조선이 북한 깃발을 달고 나타난 건데, 유엔 제재 위반 가능성이 주목됩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선박의 실시간 위치 정보를 제공하는 ‘마린트래픽(MarineTraffic)’에 북한 깃발을 단 유조선 한 척이 포착됐습니다. 이 선박은 유조선 ‘칠레(CHILE)’호로, 현지 시각 2일 오후 현재 중국 푸젠성 인근 동중국해에서 항해 중입니다. 칠레호는 선박자동식별장치(AIS)를 통해 발신한 자체 정보에서 목적지를 북한 동해의 청진으로 표시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실제 선박은 청진에서 항로를 기준으로 약 2천km 떨어진 타이완 북부 해상에서 항해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 선박이 공식 기록상 얼마 전까지 다른 나라 선적이었다는 점입니다. 선박의 등록정보를 보여주는 국제해사기구(IMO)의 국제통합해운정보시스템(GISIS)에 따르면, 이 선박은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6월까지 탄자니아 잔지바르에 등록돼 있었습니다. 국제해사기구(IMO)의 국제통합해운정보시스템(GISIS)에 등록된 유조선 ‘칠레(CHILE)’호의 선박 정보. 현재 선적은 ‘미상(Unknown)’으로 표시돼 있지만 얼마 전까지 잔지바르(탄자니아) 선적이었다. 자료=IMO GISIS 이후 6월 선적이 변경됐지만, GISIS에는 현재 이 선박의 선적이 ‘미상(Unknown)’으로 표시돼 있습니다. 선박의 등록 소유주는 현재까지 사모아의 ‘칠레 쉬핑(CHILE SHIPPING)’이라는 회사로 나와 있습니다. 이처럼 공식 자료에는 선적이 ‘미상’이고 소유주는 사모아 회사로 등록된 선박이 AIS를 통해 스스로를 북한 선적이라고 밝히고 있는 것입니다. AIS는 선박이 자신의 선명과 선적, 위치, 항해 목적지 등의 정보를 자동으로 송신하는 시스템으로, 선박이 실제 운항 과정에서 내보내는 최신 정보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같은 모습은 과거 북한이 해외에서 선박을 구매한 뒤 선적을 변경해 운항한 사례와 유사합니다. 유엔 안보리는 지난 2016년 채택한 대북 결의 2321호를 통해 유엔 회원국이 북한에 선박을 판매하거나 이전하지 못하도록 했으며, 이듬해 채택된 2397호에서는 중고 선박까지 포함해 같은 내용을 거듭 확인했습니다. 따라서 제3국에서 운항되던 칠레호가 실제로 북한에 매각돼 북한 선박이 된 것이라면 안보리 결의 위반에 해당합니다. 북한은 최근 몇 년 동안 중고 선박을 지속적으로 확보하고 있습니다. 앞서 VOA는 지난 6월 IMO 에 중국 선적으로 등록된 유조선 후항유8호가 AIS 를 통해 북한 선적을 표시한 채 운항하는 정황을 보도한 바 있습니다. 현재 이 선박의 AIS 정보에는 선박 이름이 북한식 이름인 ‘부연1호’로 나타나 있습니다. 즉, 당시 중국 선박으로 확인됐던 후항유8호가 현재는 이름까지 바꾸고 북한 선박으로 운항하고 있는 것입니다. 따라서 칠레호 역시 북한이 제3국에 등록돼 있던 선박을 구매한 뒤 북한 선적으로 변경해 운영하고 있는 선박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칠레호의 선적 변경 이력도 주목되는 부분입니다. 칠레호의 선박 등록 자료를 보면, 이 선박은 2017년 12월 선적이 벨리즈로 변경된 이후 시에라리온과 몽골, 퀴라소, 탄자니아(잔지바르) 등으로 선적을 바꿔가며 운항했습니다. 특히 IMO는 이 선박이 2025년 5월 취득한 것으로 표시된 퀴라소 선적을 ‘허위(False)’라고 표시하고 있습니다. 과거 북한이 자국 선박에 제3국 국기를 허위로 등록하거나 사용해 선박의 실제 국적과 소유관계를 숨겨온 사례와 유사한 대목입니다. 북한은 과거 몽골과 파나마에서 등록이 취소된 북한 선박에 허위로 피지 국기를 단 전례가 있습니다. 유엔 안보리는 2016년 채택된 결의 2321호에서 북한이 소유하거나 통제, 운영하는 선박을 각국이 등록 취소하도록 의무화하고, 한 회원국이 등록을 취소한 해당 선박을 다른 회원국이 다시 등록하는 것도 금지했습니다. 북한이 제3국 선적을 이용해 자국 선박의 정체를 감추거나 제재를 회피해 온 전례가 있는 만큼, 칠레호의 ‘허위’ 선적 기록 역시 주목되는 대목입니다. 칠레호는 1987년 건조된 1천935t급 석유제품 운반선입니다. 건조 이후 약 14년 동안 일본 선적으로 운항되다가 2001년부터 2017년까지 한국 선박으로 운영된 기록이 남아있습니다. 유엔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패널에서 활동했던 닐 와츠 전 위원은 앞서 VOA와의 인터뷰에서 최근 북한과 관련한 제재 위반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하지만 불행히도 다른 국제적 사건들이 언론의 관심을 지배하면서 이런 북한의 활동은 제대로 주목받지 못하고 있다”며 대북제재 단속에 대한 필요성을 강조했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