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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든지 단백질로…미국은 지금 ‘프로틴 열풍’

2 Sep 2026, 19:58 GMT By 조상진
뭐든지 단백질로…미국은 지금 ‘프로틴 열풍’
미국 댈러스의 한 식료품점에 진열돼 있는 프로틴 제품들.(자료사진)
Credit: 조상진

진행자) 미국의 혁신과 문화, 경제와 스포츠까지 미국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전해 드리는 '구석구석 USA'입니다. 오늘은 미국의 현재를 보여주는 키워드와 트렌드를 살펴보는 시간인데요. 조상진 기자와 함께 합니다. 오늘은 어떤 이야기를 준비하셨습니까? 기자 ) 두 분 요즘 미국 마트에서 장 보실 때 ‘프로틴’, 그러니까 단백질이라고 크게 쓰여 있는 제품 많이 보이지 않으세요? 진행자) 그렇죠. 단백질 음료나 프로틴바 같은 건 예전부터 있었는데, 요즘은 정말 다양한 제품에 단백질이 들어가는 것 같아요. 기자) 맞습니다. 예전에는 프로틴이라고 하면 헬스장에서 운동하는 사람들이 먹는 단백질 보충제부터 떠올렸는데요. 요즘 미국 마트에 가 보면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요거트나 시리얼은 물론이고 파스타와 팬케이크, 과자와 아이스크림까지 ‘하이 프로틴’, 고단백을 강조한 제품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말 그대로 뭐든지 단백질을 더하는 시대가 된 건데요. 오늘은 미국인들이 왜 이렇게 단백질에 빠지게 됐는지 한번 살펴보겠습니다. 진행자) 실제로 미국인들이 단백질을 더 많이 찾고 있다는 조사 결과도 있습니까? 기자) 있습니다. 시장조사업체 서카나(Circana)가 지난달 발표한 ‘미국인의 식생활’ 보고서가 있는데요. 미국 성인의 거의 절반이 현재 식단에서 단백질을 더 섭취하려고 한다고 답했습니다. 지난해보다 7%P 늘어난 겁니다. 미국인들이 음식에서 더 많이 섭취하고 싶다고 꼽은 것 가운데 채소 다음이 바로 단백질이었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언제부터 단백질이 이렇게 건강식의 상징처럼 된 겁니까? 기자) 여러 흐름이 한꺼번에 겹쳤다고 볼 수 있습니다. 우선 운동과 근육에 대한 관심이 커졌고요. 과거에는 다이어트라고 하면 지방이나 칼로리를 줄이는 데 관심이 집중됐다면, 요즘은 체중을 줄이더라도 근육은 유지해야 한다는 인식이 커졌습니다. 단백질은 근육을 만들고 유지하는 데 필요한 영양소니까 자연스럽게 관심이 높아진 거죠. 진행자) 실제로 소비자들이 ‘단백질이 많으면 건강한 음식’이라고 생각하는 경향도 있나요? 기자) 그렇습니다. 국제식품정보위원회(IFIC)가 미국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보면 ‘건강한 음식’을 판단하는 기준으로 단백질이 좋은 공급원인지 아닌지가 중요한 요소로 자리 잡았습니다. 또 최근 조사에서는 소비자들이 식품 포장에 표시된 단백질의 양이나 단백질 공급원이 무엇인지도 관심 있게 본다고 나타났습니다. 이제 단백질이 단순한 영양소를 넘어 소비자가 ‘이 음식은 건강하다’고 판단하게 만드는 일종의 신호가 된 겁니다. 진행자) 그런데 요즘 미국의 다이어트 얘기를 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게 위고비나 오젬픽 같은 GLP-1 계열 약물이잖아요. 이것도 프로틴 열풍과 관련이 있을까요? 기자) 상당히 관련이 있습니다. 서카나 조사에서 GLP-1 계열 약물을 사용하는 사람들 가운데 단백질을 더 섭취하려 한다는 비율은 전체 성인보다 훨씬 높았습니다. 진행자) 체중을 줄이는 약인데 왜 오히려 단백질을 더 섭취하려고 하는 거죠? 기자) GLP-1 계열 약물은 식욕을 줄여 전체적인 음식 섭취량을 감소시키는데요. 체중이 빠질 때 지방만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 체지방량도 일부 감소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체중 감량 과정에서 적절한 단백질 섭취와 근력 운동 등을 통해 근육과 신체 기능을 유지하는 문제가 함께 주목받고 있습니다. 진행자) 그러니까 적게 먹더라도 단백질은 챙겨 먹으려는 거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변화가 식품업계에는 매우 큰 시장이 된 겁니다. 예전에는 단백질 제품이라고 하면 프로틴 파우더나 바처럼 별도의 건강식품 코너에 있는 경우가 많았는데요. 이제는 일반 식품 자체가 고단백 제품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진행자) 실제로 어떤 것들이 있습니까? 기자) 가장 쉽게 볼 수 있는 게 요거트나 우유 같은 유제품이고요. 여기에 시리얼과 오트밀, 파스타, 빵, 스낵 같은 제품까지 고단백을 내세우고 있습니다. 원래 단백질과는 별로 연결되지 않던 음식에도 ‘한 끼에 단백질 몇 그램’ 같은 표시가 앞쪽에 크게 붙어 있는 경우가 많아졌죠. 진행자) 요즘에는 식당들도 이런 흐름에 동참하고 있다면서요? 기자) 그렇습니다. 서카나 조사에 따르면 미국 외식업계에서도 ‘고단백’으로 인식되는 식사가 늘고 있습니다. 지난해와 비교해 두 자릿수 증가세를 보였는데요. 결국 식품회사뿐 아니라 식당들도 소비자들이 단백질을 찾는다는 걸 알고 메뉴와 마케팅에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겁니다. 진행자) 그런데 여기서 궁금해지는 게 있습니다. 미국인들에게 정말 단백질이 부족한 건가요? 기자) 바로 그 부분이 이번 프로틴 열풍에서 가장 재미있는 대목입니다.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서카나는 미국 성인들이 하루에 섭취하는 단백질이 권장량과 비교해 이미 상당히 많은 수준이라고 분석했습니다. 그런데도 거의 절반이 단백질을 더 먹으려고 하는 겁니다. 반대로 미국인들이 실제로 충분히 섭취하지 못하는 영양소도 있는데요. 대표적인 게 식이섬유입니다. 같은 조사에서 미국 성인들의 식이섬유 섭취량은 권장량에 크게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런데도 소비자의 관심은 식이섬유보다 단백질에 훨씬 강하게 쏠려 있는 거죠. 진행자) 왜 그런 차이가 생기는 걸까요? 기자) 단백질이 가진 이미지가 굉장히 강하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근육이나 운동, 체중 관리와 바로 연결되고요. 또 ‘프로틴 20그램’, ‘고단백’처럼 제품 앞면에 간단하고 눈에 띄게 표시하기도 좋습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복잡한 영양성분표를 전부 읽지 않아도 ‘단백질이 많다’는 한마디가 건강한 제품처럼 느껴질 수 있는 겁니다. 진행자) 미국 정부의 식생활 지침에서도 올해 단백질을 상당히 강조했다고 하더라고요. 기자) 맞습니다. 올해 1월 발표된 새로운 ‘미국인을 위한 식생활 지침’에서도 단백질의 중요성이 이전보다 전면에 등장했습니다. 새 지침은 가공식품을 줄이고 영양소가 풍부한 실제 식품을 먹으라는 것을 큰 방향으로 제시하면서, 매끼 단백질을 우선적으로 섭취하도록 권고하고 있습니다. 육류와 해산물, 달걀뿐 아니라 콩과 견과류, 씨앗류 등 다양한 식품에서 단백질을 섭취할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진행자) 그러면 결국 단백질을 많이 먹을수록 좋은 거라고 볼 수 있는 거 아닐까요? 기자) 그렇게 단순하게 볼 수는 없습니다. 필요한 단백질의 양은 나이와 체격, 활동량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고요. 운동을 많이 하는 사람이나 체중을 감량하는 사람, 고령층처럼 단백질 섭취에 좀 더 신경을 써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반면 일반적인 미국인의 식생활을 놓고 보면 단백질 자체가 부족해서 생기는 문제가 광범위하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진행자) 왜 그런가요? 기자) 예를 들어 단백질이 많이 들어 있어도 동시에 당이나 나트륨, 포화지방이 많이 들어 있을 수도 있으니까요. 결국 단백질이라는 한 가지 숫자만 볼 게 아니라 음식 전체의 영양 구성을 함께 봐야 한다는 겁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도 식품을 선택할 때 식이섬유나 비타민, 미네랄은 충분히 섭취하고 포화지방과 나트륨, 첨가당은 줄이는 방향으로 영양성분표를 활용하도록 안내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그래도 이 프로틴 열풍이 당분간 계속될 것 같습니까? 기자) 현재 흐름을 보면 쉽게 사라질 유행으로 보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미국인들의 건강에 대한 관심이 계속되고 있고, 체중 관리와 근육 유지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고요. 여기에 GLP-1 계열 약물의 확산과 식품업계의 신제품 경쟁까지 맞물리면서 단백질은 이제 운동하는 사람들만의 관심사가 아니라 미국의 주류 식문화로 들어오고 있습니다. 진행자) 시대에 따라 미국인들이 건강한 음식이라고 생각하는 기준도 계속 바뀌어 왔죠? 기자) 그렇습니다. 한때는 지방을 얼마나 줄였는지가 중요했고, 이후에는 탄수화물이나 설탕을 얼마나 줄였는지가 주목받았습니다. 그래서 지금의 프로틴 열풍, 단백질 열풍은 단순히 미국인들에게 어떤 영양소가 필요한지를 보여주는 현상이라기보다, 미국인들이 지금 무엇을 ‘건강한 음식’이라고 생각하는지를 보여주는 트렌드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진행자) 네, 오늘은 미국 식탁을 휩쓸고 있는 ‘프로틴 열풍’을 살펴봤습니다. 지금까지 조상진 기자였습니다.